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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기록하다

웹툰을 벽화로 만나다 - <강풀만화거리>

by 글고운샘 2024.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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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역 4번 출구로 나와  '강풀만화거리'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강풀 작가의 순정 만화 시리즈 4편과 마을 이야기 등 벽화  50여 점으로 꾸며진 만화 특화 거리를 만날 수 있다. 2013년 9월에 조성되어 10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강풀만화거리'가 바로 그곳이다.

강동역4번 출구로 나오면 만날 수 있는 이정표

 

 강풀 작가는 나와 비슷한 연배임에도 불구하고, 웹툰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였다. 하지만 작가를 알고 나서 보니,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통해 이미 그의 작품을 감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이기에 그의 그림체가 투박해 보일 수는 있어도, 누구나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림체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등장인물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수많은 팬을 확보한 작가 강풀. 지금도 강동구에 살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린 시절 풍납동에 살았던 추억을 토대로 <바보> 등의 작품을 썼고, 그의 작품에서 지금은 일부가 송파구가 되어버린 강동구가 배경으로 종종 등장한다.

 

골목마다 바닥에 그려진 별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벽화들.

 

 강풀만화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강풀의 작품은 초창기 순정만화 시리즈인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 이 네 편이다. 그 뒤를 이른 <마녀>라는 작품과 관련된 벽화도 1~2점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신의 모든 순간>03 "당신은 어떤 기억이 가장 행복하죠?"라고 묻는 작품

 

 <당신의 모든 순간>은 강동구 고덕동의 주공아파트를 배경으로 이유 없이 좀비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최후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콘크리트 유토피아>란 영화를 흥미 있게 봐서인지 재난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은 내용의 웹툰이었다. 영화화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못 찾은 것인지 아직 영화로 만나진 못한 것 같다.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있지만 또 다른 좀비 이야기가 될 것 같은 느낌!

 

<수줍은 고백> 46 수줍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수영. 바로 옆면에는 고백하는 연우가 그려져 있다.

 

 좀 더 골목 깊숙이 들어가야 해서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는 작품이다.  무려 12살이나 차이나는 회사원 아저씨 연우와 고등학교 여학생 수영이의 사랑 이야기는 유지태와 이연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화화되기도 했다. 2003년 강풀 작가는 다음 웹툰을 통해 <순정만화>를 발표하면서 온라인 웹툰 시대를 열었다고 한다. <순정만화>에는 또 다른 연인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남녀 간의 사랑'하면 갈등은 빠질 수 없겠지만 막장 드라마 같은 자극적인 내용은 아니어서 순수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그런 웹툰이었다.

 

<반짝반짝> 16 지호가 피아노로 치는 '작은 별'을 창가 아래서 듣고 있는 승룡이

 

 '바보'라 불리는 승룡이.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던 승룡이는 지호네 집 앞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된다. 반짝반짝 작은 별 피아노 소리에 맞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승룡이에게 그 눈은 별이 된 아버지였다. <바보> 역시 영화화되었고, 차태현이 바보 승룡이를 맡았다. 영화든 웹툰이든 <바보>라는 작품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강풀 작가도 이 <바보>라는 웹툰을 그리면서 바보 승룡이 때문에 울었다고 한다. 만화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승룡이네 집'이라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날 수 있는데, <바보>의 주인공 승룡이의 이름을 딴 공간이다.

 

1층은 카페, 2층은 만화책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3층에는 입주 작가 작업실, 4층에는 야외 테라스 공간이 있다.

 

 승룡이네 집에서는 매월 체험 강좌도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강좌를 이용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여기서 제일 마음에 드는 공간은 2층이다.  강풀 작가의 웹툰은 물론 다른 작가의 웹툰들도 구비되어 있어 공짜로 만화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 1층에서 커피도 한 잔 하고, 2층에서 만화책도 실컷 보면 좋을 것 같다. 

 

<가족> 32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들 딸 또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 가족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나오는 장군봉 할아버지네 가족사진. 강풀 작가는 어렸을 때 할머니랑 살았는데, 할머니를 보면서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 작품에는 장군봉 할아버지 외에 김만석 할아버지, 송이뿐 할머니도 등장하는데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고, 고등학교 교과서에 대본이 실리기도 했었다. 

 

<응원할게. 널 응원해!> 52 - 원작 <무빙>

 

 지난해 OTT를 통해 큰 인기를 끌었던 <무빙>을 소재로 한 작품도 몇 점 볼 수 있는데, <무빙>은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 히어로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한다. 여기서 '슈퍼 히어로'가 지구를 구해야만 할 것 같은 초월적 느낌이라면,  '히어로'는 세계가 아니라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은 지키는 느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초능력은 공감 능력이라고 말한다.  <무빙>이라는 작품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은 오늘날 꼭 필요한 능력이다.

<눈 오는 날> 39 밤이 되면 이렇게 조명이 들어오는 곳도 있다.
먹자 골목과 이어지는 곳에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진다.

 

 강풀만화거리는 2019년 서울시 경관 개선 사업 대상지로 확정되어,  골목 바닥 개선, 대문 교체, 우편함 설치 등의 작업을 마치는 등  '걷고 싶은 문화거리'로 조성되었다. 그런데 최근 둘러본 바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벽화도 있었고, 주택가이다 보니 집 밖에 배출된 쓰레기 때문에 골목 안까지 들어가서 보기 힘든 곳도 있었다. 하지만 천호동 로데오거리, 성내동 주꾸미 골목, 강풀만화거리, 성내전통시장을 아우르는 특화 거리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강풀만화거리도 새롭게 단장될 것이라 기대된다.

 

중간중간 숨어 있는 강풀 작가의 사인 찾는 재미!
반갑게 우리를 반겨주는 강풀만화거리

 

 크게 마음먹고 나들이 나오기엔 생각보다 볼 게 없어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근처를 지나다가 잠시 들르거나 시간 여유가 있어 만화책을 보면서 뒹굴뒹굴하고 싶은 날, 벽화도 감상하고, 승룡이네 집에서 만화책도 실컷 보고, 시장이나 주꾸미 골목에 들러 먹거리도 즐기고 싶다면 강풀만화거리를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도슨트와 함께 만화거리 투어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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