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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함께하는 삶

<잃어버린 영혼> 올가 토가르축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 사계절

by 글고운샘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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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영혼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예요...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그림책에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느라 영혼을 잃어버린
얀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혼을 찾기 위해 도시 변두리의 작은 집에서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지치고, 더럽혀지고, 할퀴어진 영혼이
그를 찾아오고, 얀은 그때부터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영혼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아간다.
 
 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살아오면서
잃어버린 것이 한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들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어린 시절을 말하고 싶다.
 특히 우리 둘째는 소리 내어 웃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와 맑은 웃음소리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 웃음소리를 어딘가에 담아
늘 지니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 웃음소리를 꺼내 들으며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무시무시한 사춘기를 지나
지금은 막 나가는 중2가 되면서
예전의 그 맑던 웃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릴 적엔 엄마 껌딱지처럼 늘 따라다니며
귀찮게 굴던 아이가,
밤에 잠들 때마다 “안아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가 쳐다보기만 해도 부담스러워하고, 엄마를 귀찮아하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한때는 얼른 자라서
엄마를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2배속으로 흐른 걸까?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가
엄마와의 사이에 벽을 세우는 모습을 보며
예전의 그 껌딱지 같던 아이가
문득 그리워지기도 한다.
이런 감정이 어쩌면 지금의 내 삶이
예전보다 조금 더 여유롭고
편안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학교 1학년 1학기까지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놀기만 하던 녀석이 중간고사를 코앞에 두고
에너지 음료를 두 캔이나 마시며
새벽까지 공부하겠다고 큰소리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대견함보다는
걱정과 안쓰러움이 앞서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도치맘인가 보다.
 햇살을 닮은 아이의 웃음소리를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삶 속에 늘 햇살이 비치기를,
<잃어버린 영혼> 속 얀처럼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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