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조지 오웰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09.01.07
인간으로부터의 간절한 독립을 원했던 동물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심훈의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시대적 배경을 고려할 때 조국의 광복을 염원하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조국의 광복을 염원하는 이가 비단 시인 뿐이었을까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으며 심훈의 시가 떠올랐던 것은 우리 민족이 간절히 광복을 바라왔던 것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인간으로부터 의 간절한 독립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 독재를 풍자한 소설
이제 머지않아 그날이 오리니,
포악한 인간은 파멸하고
영국의 풍요로운 들판에는
오직 동물들만이 활보하리라.
그날이 오면 코에서 코뚜레가 사라지고
등에서 멍에가 사라지리라.
(중략)
그날이 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재물이,
밀과 보리, 귀리와 건초가,
토끼풀과 콩과 군대가
모두 우리의 것이 되리라.
메이저 영감이 알려 준 <영국의 동물들>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그날은 예고 없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이제 동물들은 인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먹을 양식을 스스로 생산하고 공평하게 분배하며 누구나 평등한 동물들의 세상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인간에게 지배를 당했던 시절보다 동물들은 더 열심히 일해야 했고, 더욱 굶주려야 했습니다. 권력이 인간에게서 돼지에게로 이양되었을 뿐 우매한 민중인 동물들은 여전히 이용당하고 착취당하는 존재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1945년 조지 오웰이 발표한 <동물 농장>은 흔히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독재를 풍자한 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일련의 사건들은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동물들 앞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주며 대중을 사로잡았던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러시아 혁명 이후 탄생한 소비에트 연방을 이끌었던 두 지도자 스탈린과 트로츠키를 상징하며, 나폴레옹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스노볼을 추방시킨 사건은 스탈린이 트로츠키를 추방한 사건을 떠오르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스탈린의 독재 정권과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고전으로 칭송받으며 읽히고 있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동물 농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는 힘
우리는 우리의 역사나 세계사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또는 자신이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지도자들을 수없이 보아 왔습니다. 그들의 독재를 막고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민중의 힘이었습니다. <동물 농장> 속 동물들처럼 너무나 무지해서 지도자의 말에 맹목적으로 복종하거나, 부정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동물들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뿐입니다.
우리는 70~80년대 독재 정치를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루었고,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과 절차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그런데 요즘 안타까운 점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서로 논의를 통해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나 선동에 의해 여론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은 이런 상황은 굉장히 위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나폴레옹의 오른팔이었던 스퀼러가 온갖 교묘한 거짓말로 대중을 선동하고, 양들이 맹목적으로 나폴레옹을 찬양하며 대중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막았던 것처럼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세뇌당하거나 선동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권력을 독차지하고자 하는 사람은 대중들의 분열을 기뻐하며 이용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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