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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함께하는 삶

<기억 전달자> 로이스 로리 / 비룡소

by 글고운샘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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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미국 청소년 문학의 대표 작가라 불리는 로이스 로리 장편소설. 모두가 잃어버린 여러 감정들을 찾아나서는 열두 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1994년 뉴베리 상과 1993년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아너 상 수상작이다.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곳. 이곳에서는 열두 살이 되면 위원회가 직위를 정해 준다. 열두 살 기념식을 앞둔 조너스에게 내려진 직위는 '기억 보유자'. 과거의 기억을 유일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선임 기억 보유자는 이제 기억 전달자가 되어 조너스를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조너스는 효율적이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 희생된 진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저자
로이스 로리
출판
비룡소
출판일
2007.05.18

 

Pixabay 의  andreas160578  이미지

 

선택으로 인한 갈등과 고통이 없는 사회

 

 어느 날 지인들과 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눈에 띄는 메뉴를 발견했습니다. 메뉴 이름은 바로 '아무거나', 나는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어떤 메뉴를 결정해야 할지 몰라 '아무거나!'를 외칠 때가 많은데, 아마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식당 메뉴판에까지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등장한 걸 보니 말입니다. 

 식당 메뉴 하나를 고르기도 힘이 드는데, 우리는 인생에서 훨씬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크나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때 누군가가 나 대신 선택을 해 주고, 그 선택으로 인한 갈등이나 고통이 없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허황된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이 실현된 사회가 있습니다. 바로 <기억 전달자>에 나오는 먼 미래의 어떤 공간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마을을 탈출한 조너스

 

 열두 살이 된 조너스가 사는 마을은, 사람들의 감정뿐 아니라 자연환경 등 모든 요소들이 통제된 공간입니다. 사람들이 '다름'을 느낄 때 불안해하고 갈등이 유발되기 때문에 늘 '같음'을 유지하기 위해 마을의 모든 시스템과 사람들의 감정까지 통제하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능력이나 지적 능력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남녀를 부부로 정해주면 산모의 임무를 맡은 사람이 낳은 아이를 배정받아 기초 가족을 이룹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엄격한 규칙 속에서 양육되며 열두 살이 되면 원로 위원회에서 정해준 직위를 수여받게 되고, 마을에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임무해제를 당합니다. 모든 일들은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늘 평온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란 이유로 자행됩니다. 조너스는 직위 수여식에서 '기억 보유자'라는 영예로운 직위를 부여받게 되고 기억 전달자에게 기억을 전달받는 훈련을 통해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의 부조리를 깨닫게 되고 결국 임무 해제 위기에 놓인 가브리엘을 데리고 마을을 탈출하게 됩니다.

 조너스가 가브리엘을 데리고 무사히 마을 밖까지 탈출을 한 것인지, 그의 탈출이 그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는지 작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아마도 조너스는 마을을 탈출한 순간부터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했을 것입니다. 마을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고통의 연속이었기 때문입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배고픔 - 마을에서는 날씨도 통제의 대상이었기에 항상 화창하고 좋은 날만 있었고, 식사도 늘 공급받았습니다 - 뿐만 아니라 상처를 치료하고 고통을 없애주는 약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선택을 해야 했으며, 그 선택의 결과도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조너스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본인 스스로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느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삶은 결코 인간다운 삶이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원하는 대로 이뤄가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실패를 경험한다 해도 그 실패를 거울삼아 더 나은 삶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자유 의지와 이성에 의해 성장하는 우리들

 

  작가 로이스 로리는 뉴베리상 수상 연설에서 조너스가 사는 마을을, '친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세계, 폭력도 가난도 불의도 없는 세계'라고 표현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토피아처럼 느껴지지만 작가는 반어적 표현을 통해 조너스의 마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다름으로 인해 갈등과 분쟁이 생기고 그로 인한 고통을 경험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합리적 이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고,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기쁨이나 슬픔에 공감하고 감정을 교류하며 인간관계를 확장시켜 나갑니다. 결국 '이상적인 사회'란 문제가 일어날만한 요소를 제거해, 아예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자유 의지와 이성과 감정을 가진 우리 인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는 갈등과 고통이 우리에게 쓸모없는 감정의 소비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나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순간을 비겁하게 피하지 않는 내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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