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와 함께하는 삶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 장자끄 상빼 그림 / 열린책들

by 글고운샘 2023. 4. 2.
728x90
반응형
 
좀머 씨 이야기(2판)(양장본 HardCover)
원색 삽화와 함께 엮은 독일작가의 중편소설. 배낭을 짊어지고 이상한 지팡이를 쥐고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걸어다니기만 하는 좀머씨.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라고 외치는 은둔자의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를 깨우쳐 준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08.05.10

 

Pixabay 의  Peter H  이미지

여름보다 겨울을 닮은 좀머 씨와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

 

 좀머(Sommer), 독일어로 '여름'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만물이 가장 왕성한 생명력을 뽐내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자신의 이름으로 갖고 있는 좀머 씨는 여름처럼 뜨겁고 열정적으로, 혈기왕성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름에 대한 기대와 달리 그는 굳이 계절로 따지자면 '겨울'처럼 스산하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었습니다. 백여 장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의 소설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훑어 읽었을 때에는 좀머 씨란 인물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찬찬히 좀머 씨의 이야기를 되짚어 보면서 그의 기이한 행동이 아주 조금은 이해되는 듯했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면 책의 주인공은 좀머 씨 같지만 사실 이 책은  '나'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정말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나'의 성장 이야기

 

 좀머 씨는 호수 아랫마을에 살던 '나'의 이웃이었지만 이웃과의 교류도 없었고, 그에 대해 알거나 관심 갖는 사람도 없었기에, 늘 지팡이를 들고 배낭을 멘 채 하루종일 걸어 다니는 그의 기이한 행동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제외하면 특별히 '나'와 관련될 일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좀머 씨는 '나'의 성장에 함께 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풍겔 선생님으로부터 부당하게 혼이 난 뒤 '나'는 세상을 원망하며 자살을 결심합니다.  '모든 역겨운 것들과 잘못된 것들을 일격에 격파하기' 위해 찾아간 나무 위에서, '나'는 나무 아래의 좀머 아저씨를 보게 됩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모자와 지팡이, 배낭을 벗어 놓고 눕자마자 바로 일어나 고통스러운 한숨을 내쉬던 좀머 씨는 배낭 안의 빵과 물을 허겁지겁 입안으로 털어 넣은 뒤 또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좀머 아저씨를 본 '나'는 자살 결심을 철회하게 됩니다. 살기 위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좀머 씨를 보면서 한낱 코딱지 때문에 쉽게 죽음을 선택하려 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키가 170인 청소년이 된 '나'는 어느 날 저녁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좀머 씨가 자살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너무나 당혹스러웠던 나머지 그를 말릴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가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가 버린 뒤에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어린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의 크고 분명한 어조,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때문이었습니다. 좀머 아저씨의 실종 사건은 처음엔 마을 안에서 주요 화젯거리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잊혔습니다. 그리고 '나'는 좀머 아저씨와 '나'의 과거를 회상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나의 인생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좀머 씨의 기이한 행동과 그에 대한 이유였습니다. 어부들이 나와서 일을 시작하기도 전인 이른 새벽부터 하루종일 순례자처럼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처럼 종교적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을 겸허히 비우기 위해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2차 대전 후의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쓰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전쟁과 같은 참혹한 경험 때문에 좀머 씨가 두려움을 피해 도망자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하기도 하지만 정답이라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는 살기 위해 걸었고, 죽기 위해 걷는 일을 멈췄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잊기 위해 어떤 일에 몰두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이 극에 달하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을 때, 혼자 감당하기 벅찰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좀머 씨는 이야기 속 주인공만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가족, 친구, 이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나'도 존재합니다.

 좀머 씨의 인생 이야기는 불행한 결말을 맺었지만 나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닌 진행 중입니다.

 나의 인생 이야기가 불행한 결말을 맺지 않도록 나 자신의 인생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