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NH클라인바움
- 출판
- 서교출판사
- 출판일
- 2004.03.30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는 명작
1990년 개봉한 피터 위머 감독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명작으로 알려지며 많은 수의 관객을 동원합니다. 하지만 명문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현실에 놓여 있는 학생들은 볼 수 없었던 '18세 미만 관람 불가' 영화였습니다. 학생들에게 당시 교육의 폐해를 감추고 싶었는지, 닐의 자살이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는지 모르겠으나, 당시 중학생이던 나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지 못하고,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관람한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하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했던 나는 영화를 보면서 그다지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죽은 시인의 사회>가 2016년 다시 개봉되었을 때도 그냥 지나쳤다가 최근에서야 수업을 위해 영화를 다시 보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입니다.
'카르페디엠' - 현재를 즐기라!
'전통, 명예, 규율, 최고'의 원칙 아래 웰튼 아카데미에서는 학생들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지도합니다. 최고 목표는 학생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학교에 웰튼 출신이면서도 전혀 웰튼 출신답지 않은 키팅 선생님이 부임합니다.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거두라.
시간은 흘러, 오늘 핀 꽃이 내일이면 질 것이다."
첫 시간부터 선생님은 시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카르페디엠' 즉 '현재를 즐기라!'라고 학생들에게 충고합니다.
낯선 수업 방식에 당황하던 아이들은 점차 변화하게 되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연기를 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이해해 주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닐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희생자가 필요했던 학교 측은 키팅 선생님을 모든 사건의 배후자로 몰아 학교에서 쫓아냅니다. 그리고 키팅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날, 이 영화의 압권인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며 아이들이 책상 위로 올라가 떠나는 키팅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불러 세우는 장면말입니다.
삶의 주체가 되어 현재를 즐기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
최근 소설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제작되는 현실과 달리 특이하게도 이 책은 영화가 원작인 소설입니다. 원작인 영화가 3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 속 문제들이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진정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아니 알고 있다고 해도 자신의 꿈을 억누른 채 부모님이, 선생님이 요구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어른들이 강요하는 삶을 살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버리고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학생들의 사정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새해초부터 방학이 더 고달픈 대치동 아이들'이라는 부제의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대치동 일부 학원에서는 강의실의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학부모들이 학생 대신 새벽부터 줄을 서고, 학생들은 하루에 2시간 반 정도밖에 잠을 못 자고, 학원을 9곳이나 다닌다는 기사였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현재를 저당 잡히고 원하는 미래를 얻는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늘 거두려 했던 장미가 내일은 이미 시들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이 지금까지 이뤄온 일을 포기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선택한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연극을 선택한 닐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닐이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아버지를 설득하고 부딪혀 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키팅 선생님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교탁 위에 올라서도록 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틀리고 바보 같은 일이라도 시도를 해 봐야 해. 너희들의 생각도 고려해 보도록 해. 너희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해."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고 자기 스스로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현재를 즐기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충고해 줄 수 있는 키팅 선생님과 같은 멋진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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