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할레드 호세이니
- 출판
- 열림원
- 출판일
- 2007.12.17
주인인 아미르를 위해 한 장의 연탄이 된 아미르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 전문입니다. 자신의 온몸을 불살라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재가 된 후에도 자신의 온몸을 산산조각 내 빙판길이 미끄럽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연탄의 희생정신!
<연을 쫓는 아이>에 나오는 하산은, 자신의 주인인 아미르를 위한 한 장의 연탄이었습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라고 외치며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하산. 하지만 아미르는 그런 하산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그로 인한 죄책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26년 만에 자신의 죄를 속죄한 아미르
'나는 1975년의 어느 춥고 흐린 겨울날,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 나는 그날, 무너져가는 담장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얼어붙은 시내 가까이의 골목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래전 일이다. 사람들은 과거를 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것이 틀린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과거는 묻어도 자꾸만 비어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26년 동안 아무도 없는 그 골목길을 내내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첫 장부터 시작되는 아미르의 자기 고백을 통해 아미르의 죄책감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하산의 아들 소랍을 데려와 달라는 라힘 칸의 부탁을 받고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떠납니다. 탈레반의 점령 하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지역이었지만 열두 살의 아미르처럼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 열두 살의 아미르가 지었던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세프에게 소랍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죽을 뻔한 고비가 있었지만 소랍 덕분에 그곳을 빠져나오고, 우여곡절 끝에 소랍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온 아미르는 소랍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 옛날 하산과 함께 연을 날렸던 것처럼 소랍과 함께 연을 날리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하산과 함께 연을 날렸을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하산이 아미르를 위해 떨어진 연을 줍기 위해 내달렸다면 이제는 아미르가 하산의 아들 소랍을 위해 떨어진 연을 줍기 위해 내달린다는 것입니다.
양심도 없고 선하지도 않은 사람은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
처음 55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보고 끝까지 잘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멈출지 모르는 하산의 희생정신에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고, 아프가니스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의 행태를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아프간 출신이면서 아프간의 가슴 아픈 역사를 녹여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기에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핑계로 우리의 잘못을 합리화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태어나서부터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라며 친구처럼 지내온 하산이지만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하인에 불과한 하산을 아끼는 아버지를 보며 늘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했던 아미르는 질투하기도 했고, 아세프 일행에게 붙잡혀 성폭행을 당하는 하산을 외면하고 누명을 씌어 집에서 쫓아내려고도 했습니다. 열두 살 밖에 안 된 아미르가 감당하기엔 사실 너무나 큰 문제들이었으나, '양심도 없고 선하지도 않은 사람은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는 라힘 칸의 말처럼 아미르는 양심과 선한 마음을 가졌기에 계속 고통 속에서 2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던 것입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선한 마음과 양심이 있기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미르처럼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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