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원종찬(엮은이)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07.10.15
ABO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
'배신의 아이콘', '천사의 탈을 쓴 악마', '천재 아니면 바보' 이런 수식어들을 들었을 때 어떤 혈액형이 떠오를까요?
그렇습니다. 마지막 수식어에서 누구든 AB형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AB형 혈액형을 가진 나는 과연 천재일까요, 바보일까요? 그리고 나를 알고 있는 내 주변 사람들은 과연 나를 '배신의 아이콘', '천사의 탈을 쓴 악마' 중 어느 쪽으로 떠올릴지 문득 궁금하기도 합니다.
방미진 작가의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에는 1900년 오스트리아의 란트슈타이너가 처음 발견했다고 하는 인간의 ABO 혈액형과 일본의 제국주의적인 사고가 덧붙여진 혈액형별 성격에 대한 담론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A형은 왕 소심하며 의심이 많다고 합니다. B형은 개성만점에 순수하다고 합니다. O형은 무난함의 대명사이며 나서기 좋아하고 리더십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와 몇몇 친구들은 반 친구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혈액형을 추측하고, 그중 한때 부반장을 맡았고, 지금은 '나'의 짝인 영희의 혈액형을 알아내기 위해 집요하게 영희를 관찰하고, 영희의 주변 인물까지 매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희의 혈액형이 무엇인지 결국 알아내지 못하고, '나'는 영희의 혈액형 찾기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도영희라는 인물의 본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됩니다.
나만의 틀 깨기, 다른 사람의 틀에 나를 가두지 않기
사람들의 성격은 매우 다양하며, 몇 마디로 사람의 성격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 ABO 혈액형은 혈액형을 분류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세상에는 몇 백 가지 종류의 혈액형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 네 개의 혈액형이라는 틀로 인간의 유형을 나누고, 그 틀 안에 인간을 맞추려 합니다. 마찬가지로 혈액형이라는 틀뿐 아니라 다양한 틀로 인간을 나누고, 그 안에 내 맘대로 끼워 맞추려는 우(愚)를 범해왔습니다. 이러한 어리석음이 갈등과 반목을 부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대립, 심지어 혐오의 분위기가 역시 자기만의 틀로 인간 부류를 제단 하려고 하는 오만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요?
과거에는 혈액형을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보았으나 최근에는 골수이식이 아니더라도 혈액형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혈액형도 바꿀 수 있는 세상에서 혈액형을 근거로 인간의 유형을 나눈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일 것입니다.
영희가 실제 O형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영희가 O형을 선택했다는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이 정해 놓은 틀 안에 자신을 욱여넣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어차피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본인 스스로 져야 하니 말입니다.
'나만의 틀 깨기. 다른 사람의 틀에 나를 가두지 않기!'
근거 없는 혈액형과 성격론을 통해 오늘 깨달은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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