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서머싯 몸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00.06.20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주일 예배를 마칠 때마다 목사님이 해주시는 기도 속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하며 왜 사는지 알지 못하기에......"
그저 매 주일 의례적인 기도문이라고 생각했던 이 문장이 프랑스 후기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인 고갱의 작품명이라는 것을 안 것은 최근 일입니다.
뭔가 어둡고 강렬한 색채를 띤 이 작품을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찬찬히 살펴보면 인간의 일생이 그 안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명을 거부하고 원시적 자연 속에서 위대한 유작을 남기고 죽은 폴 고갱, 오늘은 그를 모티브로 한 소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읽었습니다.
예술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스트릭랜드
이 작품에는 고갱을 쏙 빼닮은 스트릭랜드가 등장합니다. 증권거래소 중개인이자 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는 안정적인 삶을 거부하고 예술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해 집을 나오게 됩니다.
"나는 그림을 그려햐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신을 의지해 온 부인과 자녀를 돌보는 일보다, 유일하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손을 내밀어 준 스트로브와의 신의를 지키는 일보다, 사랑 때문에 남편을 버린 블란치의 죽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타히티에서 맞이한 최후의 순간에 위대한 걸작을 남기게 됩니다.
나는 어떠한 삶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
사람마다 삶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자신 앞에 주어지는 여러 선택지 중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그 사람의 가치관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성공이, 혹은 명예가, 아니면 돈이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이, 정의가, 진리가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술'을 최고의 선택지로 고른 스트릭랜드는 비록 나병에 걸려 눈이 멀고 몸은 썩어 들어갔지만 최후의 걸작을 완성했으므로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죽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갱의 그림과 그의 삶에 대한 평가가 상반되는 것처럼 스트릭랜드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지지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달과 6펜스>라는 제목에서 '달'은 이상적 세계를, '6펜스'는 현실의 세계, 세속적 세계를 뜻합니다. 스트릭랜드처럼 달을 동경해 6펜스를 던져버리고 과감히 달로 뛰어들 것인가, 내 손에 쥐어진 6펜스를 소중히 지키며 달은 그저 밤하늘의 달로서 감상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 이후 어쩌면 고갱이나 스트릭랜드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감내하는 것 또한 본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일 것입니다.
<달과 6펜스>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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