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루쉰 (원저), 권용선
- 출판
- 너머학교
- 출판일
- 2015.05.05
영웅주의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중국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고향> 중에서 -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진 중국은 서양 열강들과 불평등한 조약을 맺으며 문호를 개방해야 했습니다. 세상의 중심이라 자부하던 중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계속 과거의 영웅주의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습니다.
정신승리법으로 현실을 외면한 아 Q
루쉰의 <아Q정전> 속 아 Q는 당시 이러한 중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머리에 난 부스럼 자국만이 자신의 유일한 결함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한 아 Q. 언뜻 보면 자존감이 높고, 세상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긍정의 아이콘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자기보다 힘 있는 웨이좡의 건달들이나 자오 나리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면서 만만해 보이는 왕후나 소 D, 비구니 스님 앞에서는 본인 스스로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으스대며 함부로 대했습니다.
웨이좡 마을에 혁명군이 몰려왔을 땐 혁명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정수암에 있는 비석을 부수고, 혁명의 표시로 변발을 틀어 올리고 원하는 것은 다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오 나리 댁을 약탈한 혁명군의 일원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하기 직전에도 아 Q는 동그라미를 비뚤게 그린 것에 대해, 사형당하는 모습을 구경 온 구경꾼들 앞에서 노래 한 자락 부르지 못한 것에 대해서만 안타까워합니다.
이러한 아 Q의 모습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 때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올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깁니다.
"자식 놈에게 얻어맞은 걸로 치지, 뭐...
아큐! 이건 자식이 애비를 때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짐승을 때리는 거야...
그래! 난 벌레야. 됐어? 이래도 안 놔?"
아 Q는 일종의 '정신승리법'으로 자신을 무시하며 괴롭히는 사람들이 물러가면 금세 의기양양해졌습니다. 자신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승리했다고 믿고 만족하는 자기 위안적인 태도, 이러한 태도를 정신분석학에서는 '방어기제 - 자기 합리화'라 합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아 Q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사형을 당합니다.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열리는 길
눈앞에 놓여 있는 문제를 극복하기 힘들 때 우리는 쉽게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됩니다. 이를 긍정적인 태도로 오인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태도로는 절대 잘못을 바로잡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금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현실을 바로 볼 때 비로소 길이 열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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