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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함께하는 삶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 팩토리라인

by 글고운샘 2024.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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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여기는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입니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독특한 마을. 그곳에 들어온 잠든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온갖 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이다. 긴 잠을 자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짧은 낮잠을 자는 사람들과 동물들로 매일매일 대성황을 이룬다. 범상치 않은 혈통의 주인장 ‘달러구트’, 그리고 그의 최측근에서 일하게 된 신참 직원 ‘페니’, 꿈을 만드는 제작자 ‘아가넵 코코’, 그리고 베일에 둘러싸인 비고 마이어스…등이 등장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무의식에서만 존재하는 꿈을 정말 사고 팔 수 있을까?’라는 기발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꿈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의 비밀스런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텀블벅 펀딩 1812% 달성, 전자책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를 3주간 기록하며 수많은 독자들의 요청으로 종이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
이미예
출판
팩토리나인
출판일
2020.07.08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하루의 약 정도를 잠자는 데 할애할 정도로 인간에게 잠을 자는 활동은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잠을 자는 활동을 통해 우리는 육체의 피로를 풀고, 하루 동안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인 뇌는 받아들인 정보를 재정리해 다음 날 다시 새로운 기억을 저장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우리 육체는 잠을 자는 동안 가만히 누워 있지만 뇌 속에서는 수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그러한 상호작용의 부산물로 꾸게 되는 것이 바로 이라고 한다. 매일 밤 사람들이 꾸는 꿈은 약 다섯 가지 정도라고 하는데 어떤 꿈은 깨어나서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반면 어떤 꿈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꿈의 내용이나 수면 상태에 따라 다른 것으로, 지금까지 꿈을 꾸는 이유에 대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꿈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소설은 아직은 미지의 세계와도 같은 을 소재로 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몇 년 전부터 베스트셀러에 계속 거론이 될 정도로 아주 유명한 작품이지만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백지와 같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문학을 전공한 작가도 아닌, 공대 출신인 작가가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재로 장편 소설을 썼다는 점이 책 앞에 수록된 작가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도 놀라웠다.

사실 달러구트 백화점의 높은 급여가 마음에 들어 지원했던 페니는, 왜 다른 꿈 상점들을 두고 달러구트 백화점에 지원했냐는 달러구트의 질문에 필요한 만큼만 꿈꾸게 하고, 늘 중요한 건 현실이라 강조한 점이 마음에 들어 지원했다고 대답하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입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꿈 백화점을 찾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된다.

첫 근무를 하게 된 날 페니는 백화점의 1층부터 5층까지 각 층의 전시 상품에 걸맞은 다양한 손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소한 여행이나 친구를 만나는 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꿈을 찾는 손님부터 주목받는 꿈을 꾸고 싶은 손님, 낮잠용 꿈을 찾는 손님, 유통기한 임박한 폭탄 세일 꿈을 찾는 손님들까지 말이다. 하지만 1층 프런트에서 일하게 되면서 페니는 좀 더 특별한 손님들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1층에서는 특별히 귀한 꿈들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연인과 헤어진 사람, 혹은 새로운 연인과의 인연을 준비하는 사람,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참신한 소재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 자신을 억누르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은 사람, 가수가 되고 싶어 영감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 죽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빈집에서 가족들을 기다리며 산책하는 꿈을 꾸는 반려견의 이야기까지…….

그저 취업을 위해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입사한 페니는 이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한층 더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Pixabay 로부터 입수된  Biljana Jovanovic 님의 이미지 입니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반쵸에게 산책하는 꿈을 선물 받은 12살 노견 레오의 이야기와, 돌아가신 할머니를 꿈에서 만난 손자와 먼저 떠나보낸 딸을 꿈속에서 만난 젊은 부부의 이야기였다. 각자의 일에 바쁜 가족들과 한집에 살면서 우리 집 반려견인 딸기는 어떤 꿈을 꾸고 싶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먼저 가족들 곁을 떠나게 되었을 때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어떤 꿈을 꾸게 해주면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책에선가 죽음이 정말 슬픈 이유는 다시는 만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남겨질 사람들이 마음의 정리를 하고 평안해질 수 있는 꿈이 있다면 죽음이라는 것이 슬프지만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꿈을 잘 꾸는 편이 아니다. 아니, 분명 자는 동안 수많은 꿈을 꿀 텐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테다. 태몽을 꾸면 아이를 임신하고, 돼지꿈을 꾸면 복권에 당첨되고, 꿈자리가 뒤숭숭하면 앞으로 닥칠 불운을 조심해야 하고……. 이렇게 오래전부터 꿈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태몽조차 꿨는지 안 꿨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등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꿈 치료법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꿈을 통해 부정적 사건을 반복적으로 접할수록 그 사건이 정서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약해진다고 하는데, 꿈이 그만큼 특별한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첨단 과학이 발전한 먼 미래에는 알약 한 알만 먹으면 잠을 자지 않고도 수면 상태를 경험한 것처럼 생체 리듬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나오는 것처럼 각자의 요구 사항에 맞는 맞춤형 꿈들이 제작되어 사람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잠을 포기하게 될까? 나라면 달콤한 잠을 포기하는 대신 당장 꿈 백화점으로 달려가 나에게 딱 맞는 꿈을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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