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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함께하는 삶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 갈라파고스

by 글고운샘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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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부족한 것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 음식점에서는 손만 조금 댄 반찬들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음식을 낭비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밥 한끼, 빵 한 조각을 먹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원인들을 아들과 나눈 대화 형식으로 설명한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 조치가 무색해지는 비참한 현실, 소는 배불리 먹으면서 사람은 굶은 모순된 현실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사막화와 삼림파괴, 도시화와 식민지 정책, 불평등을 야기하는 금융과두지배 등 기아를 발생시키는 정치·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구호조직의 활동과 딜레마 속에 사각시대에 놓여 있는 기아들,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려주며 사람이 가져야 할 인정과 지구촌 식구로써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촉구한다.
저자
장 지글러
출판
갈라파고스
출판일
2016.03.21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소비기한 표시제

 

 올 1월부터 식품에 표기되는 유통기한 표시제가 소비기한 표시제로 바뀌었습니다. 하루에 쏟아지는 음식물 쓰레기 양이 15,000톤에 가깝고 이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연간 1조 960억 원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온실가스까지 배출되어 환경까지 오염시키고 있으니 식품의 소비기한을 늘려 음식물 쓰레기 양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된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집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제때에 소비하지 못한 재료들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때를 기다리고 있으며, 별다른 죄책감 없이 먹다 남은, 채 먹지 못한 음식들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음식물이 남아돌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한쪽에선 먹을 음식물이 없어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5초에 한 명씩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기아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이었던 장 지글러는 기아의 실태와 원인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 글을 시작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120억의 인구가 먹고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고 하는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 것일까요?

 그는 크게 기아의 원인을 네 가지로 분석합니다.

 첫째는 이기적인 자국의 권력 계층 때문입니다.

 소말리아의 경우 권력과 부를 독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전을 일으키는 군벌의 우두머리들 때문에 유엔평화유지활동단의 대규모 구호 활동이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희망의 회복 작전'등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또한 북한과 기니의 경우 국민들을 복종시키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은 자국민에게 기아를 무기로 테러를 자행합니다.

 두 번째는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 기업과 강대국의 횡포입니다.

 국제 기업과 강대국들은 오직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식량을 독점하고 투기 수단으로 이용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개혁을 통해 자급자족의 경제 형태를 이루려고 하는 국가나 정치가에 대한 방해공작도 서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은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칠레 아동들의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5세 이하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려고 했으나,  해당 지역에서 분유와 유아식을 독점하고 있던 기업과 아옌데의 개혁 정책을 꺼리는 강대국에 의해 그의 꿈은 결국 좌절됩니다. 

 세 번째는 기아를 자연도태라 여기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맬서스의 '자연도태설'에 의하면 강한 자가 살아남고 약한 자는 죽게 됩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식생활조차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기아에 허덕이며 굶어 죽는 것이 자연의 질서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자연도태설을 신봉하며 기아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기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입니다.

 학교에서는 기아가 발생하게 되는 구체적이고 구조적인 원인과 그 결과에 대해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호한 이상을 갖게 되고 실제로 기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는 알지 못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인류애만 가지고 학교를 졸업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했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먼저 기아 문제에 대한 왜곡된 생각, 즉 '기아는 자연도태'라든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며 지구상의 인구를 줄여주는 자연적인 수단'이라는 등의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기아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일 뿐입니다. 

 또한 '국제 원조가 오히려 전쟁을 더 연장시키고 살인자들을 배 불리고 있다.'는 비난에도 국제 원조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장 지글러의 말처럼 '단 한 명을 살린다 해도  생명의 가치는 어느 것보다 우선'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기아 상황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기아 문제를 학교 교육에 편입시켜야 합니다. 이것은 기아 문제 극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동정심과 인류애만 가지고는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기아, 인간만이 종식시킬 수 있어

 

 이 글을 읽기 전에는 기아가 왜 발생하는지, 국제적인 원조에도 불구하고 왜 기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지 관심조차 없었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기아 문제는 훨씬 심각한 문제이며,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맬서스는 가난한 가정은 자발적으로 산아제한을 해야 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 보조나 지원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것이 지구상의 인구를 줄여주는 자연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 등 여러 나라의 빈곤한 현장을 돌며 생활밀착형 연구를 진행해 온 개발경제학자들에  의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많이 낳으면 낳을수록 노동력이 확보되고 노후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환경이 갖춰지면 아이를 낳는 동물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낳는다.'는 것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사람들을, 가난하기 때문에 알아서 죽게 내버려 두라는 논리는 너무나 잔인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을 가난에, 기아에 허덕이도록 등을 떠민 것이 바로 우리들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아 문제에 처해 있는 그들이 스스로 자립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일입니다. 실제로 부르키나파소의 대통령이었던 상카라의 개혁은 '인간다움과 자부심을 되찾고 웅대한 희망을 갖게' 해 준 개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외국 세력의 조종을 받은 자국 군부에 의해 상카라가 살해당하면서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여기서 어떤 나라가 자급자족을 하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어도 사회 정의가 이룩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게 됩니다. 

 최근 환경오염의 심각성으로 인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학교에서도 환경 문제를 비중 있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아 문제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학교 교육을 통해 그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해 배운 기억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조차 1년에 한 번씩 '사랑의 빵' 같은 저금통을 가져오거나 가난한 나라의 친구들 영상을 보고 그들을 위로하는 굿네이버스 편지 쓰기 같은 활동을 했던 것이 고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환경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기아는 그들만의 문제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기아 문제는 앞으로도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기아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기아는 인간이 종식시킬 수 있다."라는 장 지글러의 말처럼 우리가 관심을 갖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 기아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이 기아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할 때입니다.

 

Pixabay 로부터 입수된  wendy CORNIQUET 님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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